새벽의 부두

  안개가     부두를 삼킨 새벽,    낡은 등불 하나만이 물결 위에서 흔들린다. 밤새 내린 비로 나무 판자가 검게 젖었고, 발을 디딜 때마다 오래된 배의 갈빗대처럼 삐걱이는 소리가 안개 속으로 번진다. 멀리서 종이 두 번 울렸다. 세 번째는 오지 않았다.

당신은 외투 깃을 세우고 걸음을 옮긴다. 부두 끝에는 이름이 지워진 배 한 척이 정박해 있고, 그 갑판 위로 희미한 그림자가 오간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가 친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이 도시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이름을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물비린내 사이로 낯선 향이 섞여 든다. 향유고래 기름을 태우는 냄새, 그리고 그 아래 깔린 무언가 달큰하고 불길한 것. 어릴 적 할머니가 "그 냄새가 나면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냄새다. 당신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신 주머니 속 접힌 종이를 손끝으로 확인한다. 아직 거기 있다.

  부두의 판자가 끝나는 지점에서, 물 위에 뜬 나무 계단이 배의 옆구리로 이어진다. 계단은 젖어 미끄럽고, 난간은 반쯤 부서져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배가 당신의 무게를 받아 천천히 기운다. 갑판의 그림자가 멈춰 서서 이쪽을 바라본다.

"늦었군." 목소리는 안개만큼이나 축축했다. "물때가 바뀌기 전에 떠나야 해. 뒤에 두고 온 것이 있다면, 이제 그건 영영 뒤에 남는 거야."

당신은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도시에서 배운 첫 번째 규칙 때문이다 — 확신이 서기 전에는 입을 열지 말 것. 그림자는 더 묻지 않고 몸을 돌려 갑판 안쪽으로 사라진다. 당신은 그 뒤를 따른다. 발밑에서 배가 낮게 신음한다.

갑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은 좁고 가팔랐다. 벽에는 오래된 밧줄과 녹슨 등이 걸려 있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졌다. 소금기와 곰팡이, 그리고 여전히 그 달큰한 냄새. 계단이 끝나는 곳에 문이 하나 있었고, 문틈으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

선실 안에는 낡은 탁자 하나와 그 위에 펼쳐진 항해 일지가 있었다. 페이지마다 빼곡한 글씨가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은 물에 번져 읽을 수 없었다. 다만 마지막 페이지, 아직 잉크가 마르지 않은 한 줄만이 선명했다. "오늘, 그가 왔다." 당신은 그 문장을 오래 들여다본다.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당신의 도착과 같은 날에 적혀 있는지.

배가 서서히 부두를 떠난다.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멀어지고, 안개가 그 자리를 메운다. 당신은 지금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걸 안다. 아직은. 계단을 다시 오르고, 젖은 판자를 건너, 그 도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러지 않는다. 손끝의 접힌 종이가, 돌아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멀리서, 이번에는 종이 세 번 울렸다. 세 번째 종이 울릴 때, 배는 이미 안개의 한복판에 있었다. 도시도, 부두도, 당신이 알던 그 어떤 좌표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오직 물결과, 흔들리는 등불과, 이름 없는 배 한 척뿐이었다.

조타실의 지도

조타실은 좁고 따뜻했다. 벽마다 해도가 겹겹이 붙어 있었는데, 어떤 것은 잉크가 번져 읽을 수 없었고 어떤 것은 아예 백지였다. 백지 위에는 연필로 그어진 항로만이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 —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누군가 여러 번 되짚은 흔적.

늙은 뱃사공은 난로 위에서 물을 끓이며 등을 보인 채 말했다. "이 배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 목적지가 우리를 정하지." 그는 김이 오르는 잔을 건넸다. 안에 든 것은 차가 아니라, 어떤 뿌리를 우린 쓴 물이었다. "마셔. 멀미가 아니라 기억을 가라앉히는 거야. 여기서는 기억이 너무 무거우면 배가 가라앉거든."

당신은 잔을 받아 들고, 벽의 해도들을 다시 본다. 그중 하나, 다른 것들보다 유독 손때가 많이 탄 지도에 붉은 점이 하나 찍혀 있다. 점 옆에는 작은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는데, 이 배의 흔들림 속에서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당신이 몸을 기울여 들여다보려는 순간, 뱃사공이 조용히 말한다. "아직은 아니야."

배가 큰 물결을 넘으며 크게 기운다. 잔 속의 쓴 물이 출렁이고, 벽의 해도들이 일제히 바스락거린다. 그 소리는 마치 수십 명이 동시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당신은 문득, 이 조타실에 당신과 뱃사공 말고도 누군가 더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항구가 가까워지고 있어." 뱃사공이 처음으로 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의 눈은 안개의 색이었다. "저 문을 지나면, 되돌아올 수 없는 곳이야. 준비됐나?"

당신은 준비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는다. 무엇을 위한 준비인가. 뱃사공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다시 난로 쪽으로 돌아선다. 그의 등은 넓고 굽었으며, 셔츠 사이로 오래된 흉터가 보였다 — 어깨에서 등허리까지 이어지는, 마치 커다란 갈고리에 걸렸던 듯한 자국.

"그 흉터는," 당신은 결국 묻고 만다. "바다에서 얻은 겁니까?" 뱃사공은 한참 말이 없다가, 낮게 웃었다. "바다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 다만 가져갈 뿐이지. 이건 내가 무언가를 되찾으려 했을 때 치른 값이야. 그리고 아직 다 갚지 못했지." 그는 흉터를 손끝으로 쓸었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이 항로의 뱃삯이 무엇으로 치러지는지."

배가 좁은 해협으로 들어섰다. 양옆으로 검은 절벽이 솟아 있었고, 절벽 표면에는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마다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눈이었다. 수백, 수천의 눈이 배가 지나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뱃사공은 그것들을 보지 말라고 했다. "인사하지 마. 대답하면 따라오니까."

해협을 빠져나오자 바다가 갑자기 잔잔해졌다. 너무나 잔잔해서, 물이 아니라 검은 유리 위를 미끄러지는 것 같았다. 하늘에는 별이 없었고, 대신 물속에서 희미한 빛이 올라왔다. 당신은 난간에 기대어 그 빛을 내려다본다. 깊은 곳에서, 도시 하나가 통째로 잠겨 있었다. 첨탑과 지붕과 창문들이, 물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흔들렸다.

"저건 뭐죠?" 당신의 목소리가 떨렸다. 뱃사공은 대답 대신 등불을 낮췄다.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지은 곳이야. 여기서는 아래를 오래 보면 안 돼. 보다 보면, 저 아래 창문 하나에 불이 켜지거든. 그리고 그 불은, 항상 네가 아는 누군가의 방이야."

조타실의 문이 열리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항구의 불빛이 밀려들어 왔다. 저 너머 — 아직 안개에 가려 형체가 분명치 않은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