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내리는 저녁, 당신은 지친 몸을 이끌고 엘름우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울창한 느릅나무 숲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이 작은 마을은, 약 이백 명의 주민이 농업과 목재업으로 조용히 생계를 이어가는 곳입니다.
진흙탕이 된 길을 따라 걸으니,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이 보입니다. '붉은 사슴 주점'이라 적힌 나무 간판이 바람에 삐걱대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안쪽에서 나무 타는 냄새와 함께 무언가 걸쭉하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빗속으로 풍겨 나옵니다.
마을 중앙 광장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고, 그 주위로 상점과 주거지가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이 늦은 시간, 대부분의 창문은 어둡지만 주점만은 홀로 깨어 있는 듯합니다.
무거운 참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벽난로의 온기가 젖은 몸을 감쌉니다. 넓은 홀에는 떡갈나무로 만든 긴 테이블과 벤치가 놓여 있고, 몇몇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구석에는 음유시인을 위한 작은 무대가 비어 있습니다.
카운터 뒤에서 건장한 남자가 잔을 닦으며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오십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짧게 깎은 회색 머리와 두꺼운 팔뚝이 인상적인 사내입니다.
"...여행자군. 이런 날씨에 왔으니 지쳤겠지."
그가 무뚝뚝하게 말합니다. 벽난로 위에 걸린 거대한 붉은 사슴의 뿔이 불빛에 반짝입니다.
당신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당신은 카운터로 다가가 남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그는 자신을 브롬이라고 짧게 소개합니다. 말이 적고 무뚝뚝하지만, 잔을 닦는 손길에는 오랜 세월의 침착함이 배어 있습니다.
"필요한 건? 방이라면 이 층에 있고, 스튜라면 곧 나올 거다."
마을 사람 하나가 지나가며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브롬 저 양반, 옛날엔 모험가였다는 소문이 있어. 본인은 한사코 아니라지만... 저 팔뚝을 봐."
브롬은 그 말을 들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잔만 닦습니다. 벽난로 불빛이 그의 굳은 표정 위로 일렁입니다.
"저 문 말인가." 브롬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집니다. "오래된 술통이 있을 뿐이다. 내려갈 것 없어."
그의 대답은 짧지만, 잠긴 문을 향한 그의 시선에는 단순한 술 저장고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서늘한 공기와 발밑의 희미한 진동이 그의 말과 어긋납니다.
그는 더 캐묻지 말라는 듯 화제를 돌립니다. "그보다, 밖에 비가 거세다. 오늘은 쉬는 게 좋을 거야."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하나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마을 근처 숲에서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땅속에서 무언가 울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진다는 것. 브롬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습니다.
창밖으로 빗줄기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벽난로의 장작이 탁, 하고 무너지며 불티를 튀깁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당신은 젖은 외투를 다시 여미고 주점 문을 나섭니다. 브롬이 뒤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빗소리에 묻힙니다.
숲으로 가까이 갈수록, 발밑에서 울리는 진동은 점점 또렷해집니다. 나무들 사이로, 땅속 깊은 곳에서 새어 나오는 창백한 빛이 어른거립니다.
무언가가 봉인에서 풀려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첫날 밤부터 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 여기서 이야기는 잠시 멈춘다.